【제철, 초목이야기】난로

앉은부채, 아직 녹지 않은 땅 위에서 가부좌 틀고 앉아 봄을 시작했다

홍은기 온투게더 대표 승인 2024.02.21 09:00 의견 0
앉은부채 Symplocarpus renifolius Schott ex Tzvelev 천남성과 앉은부채속 여러해살이풀


앉은부채가 아직 녹지 않은 땅 위에서 가부좌 틀고 앉아 봄을 시작했다. 부처님 광배 같은 불염포에 둘러 싸인 꽃이 하나둘 피고 있다. 그 안으로 바람 한 점 파고들 틈이 없어 보인다. 더군다나 따뜻하기까지 하니 그만한 난로도 없다.

몸소 발열하는 앉은부채다. 이른 봄부터 꽃과 같이 나오는 잎이 녹말을 만들어 뿌리에 차곡차곡 쟁여 놓는다. 해가 바뀌어 다시 봄이 다가오면 녹말을 당으로 분해해서 꽃대로 보낸다. 몸속으로 들어온 산소가 당을 태워 열을 내는 거다.

당연히 타는 냄새도 날 법하다. 꽃 피는 불염포 안에 진동하는 고기 썩는 냄새가 그렇다. 이런 향기롭지 않은 냄새를 맡고 송장벌레, 거미, 개미 등이 꽃으로 모여든다. 벌과 나비가 없는 이른 봄에 앉은부채가 꽃가루받이하는 방법이다.

그래서인지 앉은부채는 양지를 고집하는 복수초와 다르다. 음지에서도 잘 자라는 앉은부채다. 오히려 음지는 물이 마르지 않아 겨우내 지내기 좋을 수 있다. 모질고 혹독한 시기에 희망 잃지 않고 버텨내는 사람과 같다고나 할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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