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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할 권리
【행복할 권리】 꿈
꿈1."흐음, 어렵네요." 그녀가 잠시 생각하더니 그렇게 대답했다. 그러더니 고개를 살짝 기울였다. 그녀의 눈빛과 태도로 보아 상황은 전혀 달라지지 않을 거 같았다. 그리고 대부계 여직원은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지만 거래실적이 일체 없다며 입을 닫았다. 상담이 끝났다는 듯 창구 앞에 앉은 내게 시선을 거두고 컴퓨터 화면을
혜범 스님/원주 송정암 주지
2024.03.29 09:00
행복할 권리
【행복할 권리】 절깐이야기. 그믐달
밤하늘을 바라보면 달은 바쁘다. 그믐달 떴다. 구름에 달이 가려졌다. 오늘은 대체로 날이 흐리겠군, 혼잣말을 했다. 상현반달에서 온 오른손 엄지손톱 방향의 그믐달이다. 구름에 가린 달이 다시 얼굴을 비죽 내민다."스님 무아(無我)가 뭐예요?" "무아(無我)가 무아(無我)이지 뭐야?" 어릴 적 노스님과 밤산보를 하는 도중에
혜범 스님/원주 송정암 주지
2024.03.26 09:00
행복할 권리
【행복할 권리】 사숙, 우리 똥스님, 똥이 밥이 되고 밥이 똥이 되고
내겐 잊지 못할 스승이 있다. 그 분은 똥스님이라 불리던 사숙 스님이셨다. 흙에서 배워라, 하시던 내게 농사를 일러주시던.농협에 신청한 퇴비가 왔다. 그러나 절 올라오는 길을 올라오지 못하고 마을에 퇴비를 내려다 놓고 갔다. 절을 오르내리며 쌓인 퇴비를 보고 '저거 올려야 하는데'하다 똥스님이 떠올라 피식 웃었다. 지금은
혜범 스님/원주 송정암 주지
2024.03.22 09:00
행복할 권리
【행복할 권리】 내 가슴은 오늘도 밀려드는 저 봄의 강물들로 넘쳐 흐르고
창(窓)문에 붙였던 뽁뽁이를 떼어냈다.아직은 아침저녁으로 쌀쌀하다. 그래도 싹을 튀워 올리는 것들이 있다. 법당 앞의 움을 틔우는 수선화가 그렇고 법당 뒤 산 쪽에 노랗게 핀 복수초가 그렇다. 개울의 얼었던 물들도 서서히 녹는다. 꽃들도 무슨 큰일이라도 난 듯 '와 봐요! 봐!'하며 수선을 떤다. 꽃망울진 매화며 목련숭이
혜범 스님/원주 송정암 주지
2024.03.19 09:00
행복할 권리
【행복할 권리】 한갓 깨고 나면 꿈인 것을
강릉까지 가는 차표를 끊었다. 기차가 출발을 하려면 두 시간 반이나 남았다. 부러 새벽에 도착할 수 있는 차표를 끊은 것이다. 청량리 역 대합실의 의자에 앉았다. 두 시간 반은 너무 길다. 그렇다고 강릉에 가서 냄새나고 불결한 여관방 잠을 자고 싶지는 않았다.시간을 보니 열 시 였다. 걸망에 책은 있었다. 혼란스러웠다.
혜범 스님/원주 송정암 주지
2024.03.15 09:00
행복할 권리
【행복할 권리】 사람이 부처다
내가 좋아하는 게송이 있다. 문수보살의 게송이다. 성 안내는 그 얼굴이 참다운 공양구요 (面上無嗔供養具 면상무진공양구) 부드러운 말 한마디 미묘한 향이로다 (口裡無嗔吐妙香 구리무진토묘향) 깨끗해 티가 없는 그 마음이 보배요 (心裡無嗔是珍寶 심리무진시진보) 언제나 한결같은 부처님 마음 일세 (無染無垢是眞常 무념무구시진상)
혜범 스님/원주 송정암 주지
2024.03.12 09:00
행복할 권리
【행복할 권리】 황혼의 가장자리
수행자의 삶은 佛向上(불향상), 깨달음으로 가는 길, 부처로 나아가는 삶이다. 흔히들 선禪을 운외지치(韻外之致)라 한다. 선객은 걸림이 없는 삶, 막힘이 없는 삶을 지향한다. 한 스님이 사공도司空圖(837-908)에게 물었다. 남은 생 어찌 살 거요? 그건 스님이 알아 무엇에 쓰시려고? 스님은 참 운외지치(韻外之致)하시
혜범 스님/원주 송정암 주지
2024.03.08 09:00
행복할 권리
【행복할 권리】 풍경소리
나는 복이 참 많은 사람이다. 산에서 살기 때문이다. 봄이면 먹을 게 지천이다. 내가 머무는 산은 그리 높지 않다. 그리 날카롭지도 위협적이지도 않다.냉이, 달래, 돌미나리, 돌나물, 참나물, 두릅, 민들레, 취, 매실잎 그 수를 셀 수도 없다. 이거 저거 따다 넓은 양푼에 고추장 넣고 썩썩 비비면 그 누구도 부럽지 않다
혜범 스님/원주 송정암 주지
2024.03.05 09:00
행복할 권리
【행복할 권리】 그래도 우리가 갈 곳은 이제 한 군데 남아있다
지금 살아 있다는 건 무언가 해야 할 일이 있다는 거다. 진정으로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가. 내 입장에서는 사는 거다. 나는 혼자서도 잘 논다. 땅을 파고 두둑을 만든다. 나는 항상 흙에게 배우곤 한다.내 삶은 내가 만드는 것, 나는 아주 단순하게 산다. 올해는 두 가지 농사를 추가하기로 했다. 기존으로 해왔던 텃밭농사지
혜범 스님/원주 송정암 주지
2024.03.01 09:00
행복할 권리
【행복할 권리】 달을 삼킨 개구리
어릴 때 큰 절에 살 때 노스님을 모셨다.그걸 시봉이라 했다. 내가 방귀를 뽕 뀌면 하셔서 우리는 웃었다. 노스님은 시니컬하셨다. 시봉은 커녕 노스님이 나를 돌봐주셨다. 나는 노스님에게 초발심자경문을 배웠다. <장자에 보면 이런 구절이 있다. 우물안 개구리가 바다에 대하여 말할 수 없는 것은 지금 살고 있는 곳에
혜범 스님/원주 송정암 주지
2024.02.27 09:00
행복할 권리
【행복할 권리】 어느 해골이 니 해골이니?
사제랑 황궁엘 갔다. 쟁반짜장을 시켰다. 짜장면을 먹으며 한참을 생각했다.사람이란 무엇인가? 무엇이 살아있는가? 사제(師弟)는 짜장 한 그릇에 소주 한 병이었다. 단무지를 씹으며 살아봐야 겠다며 혁명하겠다는 거였다. 살 뜯어먹듯 단무지를 우걱우걱 씹었다. 소주 한 잔을 탁 마시더니 아, 슬픔으로 가득한 단무지. 나도 한
혜범 스님/원주 송정암 주지
2024.02.23 09:00
행복할 권리
【행복할 권리】 우리는 바다로 가기로 했다
점심공양을 하고 난 이후 어느 보살이 물었다. 젊은 날 내가 뼈 빠지게 일하는 걸 본 보살이었다. 자급자족이 내 꿈이었다. 라고 대답했더니 고개를 갸웃한다. 그래서 라고 대답했다. 살기 힘든 환경에서 살아남는 방법을 모색하는 게 내겐 수행이었다. <내가 선택했던 길이지. 신도가 없는 첩첩산중 암자에서 목숨을
혜범 스님/원주 송정암 주지
2024.02.20 09:00
행복할 권리
【행복할 권리】 나는 또 안녕하다
입산하고 첫번째 배운 가르침이다. P가 죽었다. 그리고 나는 어릴적 노스님과의 대화를 떠올렸다. 소한이 지났고 대한이 지났을 때 다리 밑의 거지가 죽었다. 노스님이 나서서 장례를 집전해 주셨다. 꽃도 십자가도 없었다. 염도 하지 않았고 울음도 없이 그저 거적에 시신을 둘둘 말았고 꽝꽝 얼어붙은 산 초입에 곡괭이로
혜범 스님/원주 송정암 주지
2024.02.13 09:00
행복할 권리
【행복할 권리】밤길
1.내겐 참 안 좋은 버릇이 있다. 툭하면 밤길을 걷는다. 먼 길을 쉬지 않고 걸어왔던 까닭이다. 지칠 때까지 걷다 돌아와 퍽석 주저앉곤 했다. 이슬에 젖어 옷이 여기저기 찢겨있기도 했고 날이 새면 걸낭을 하나 짊어지고 떠나왔던 것처럼 다시 떠나가던 나그네. 옆에 목숨을 내놓고 경적을 울려대더니 어둠 속으로 질주해 가던
혜범 스님/원주 송정암 주지
2024.02.06 09:00
행복할 권리
【행복할 권리】 피안의 언덕으로 안내하는 당신
당신잘랄루딘 루미 내가 지나온 모든 길은 곧 당신에게로 향한 길이었습니다. 내가 거쳐온 수많은 여행은 당신을 찾기 위한 여행이었습니다. 내가 길을 잃고 헤맬 때 조차도 나는 당신을 향해 걸어가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내가 당신을 발견했을 때, 나는 알게 되었습니다. 당신 역시 나를 향해 걸어오시고 계셨
혜범 스님/원주 송정암 주지
2024.01.30 09:00
행복할 권리
【행복할 권리】 아침, 새로운 태양의 잔 물결이 산속에서 금빛으로 빛나기 시작했다
가만히 눈을 굴리고 바라보면 관음암은 나무와 풀들, 바위와 산으로 장막 둘러친 산골의 작은 암자였다. 새로운 아침이 올 때마다 얼핏 다른 세계로 들어서는 것 같았다. 지난 기억들은 허깨비거나 꽃들도 허공화 같았다.깊은 산속 옹달샘, 토끼와 함께 그렇게 살았다. 그곳에도 사람이 살고 있었다. 그래도 나름 사는 재미가 있었다
혜범 스님/원주 송정암 주지
2024.01.23 09:00
행복할 권리
【행복할 권리】 찢어 버린 원 밀리언(one million), 일만 달러 personal check.
불교에 미치다. 날카로운 첫 키쓰의 추억향긔로은 님이시어. 님이여. 1. 이것이 있으므로 저것이 있고, 이것이 생하므로 저것이 생한다. 이것이 없으므로 저것이 없고, 이것이 멸하므로 저것이 멸한다. 「아....., 사랑하는 나의님은 갓슴니다...... 날카로은 첫 키쓰의 追憶은 나의 運命의 指針을 돌너노코 뒷거름처
혜범 스님/원주 송정암 주지
2024.01.16 09:00
행복할 권리
【행복할 권리】 어느 땡중의 겨울나기
1. 30 몇 년 전이었다. 타자기를 쓸 때였다.바케쓰(양동이)를 들고 물을 뜨러 가니 샘이 얼었다. 산토끼도, 새들도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중망치를 들고 다시 샘으로 올라가 얼음을 깼다. 바케쓰에 물을 긷고 내려오다 돌아보니 노루가 물 마시러 내려오고 있었다. 산토끼도 순서를 기다리고 있었다. 물도 그렇고 먹거리도 그
혜범 스님/원주 송정암 주지
2024.01.09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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