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할 권리】밤길

혜범 스님/원주 송정암 주지 승인 2024.02.06 09:00 의견 0

1.

내겐 참 안 좋은 버릇이 있다. 툭하면 밤길을 걷는다. 먼 길을 쉬지 않고 걸어왔던 까닭이다. 지칠 때까지 걷다 돌아와 퍽석 주저앉곤 했다.

이슬에 젖어 옷이 여기저기 찢겨있기도 했고 날이 새면 걸낭을 하나 짊어지고 떠나왔던 것처럼 다시 떠나가던 나그네. 옆에 목숨을 내놓고 경적을 울려대더니 어둠 속으로 질주해 가던 차량들, 차도 옆에 어지럽게 뻗어 있는 길들을 조심조심 걸어, 어둠속을 표랑하던 청춘이었다.

2.

나그네라면, 밤길을 걸을 때 하늘에 길잡이 별이나 길잡이 별자리를 두고 걸어야 한다.

네? 왜요?

머물 곳을 찾아야 하니.

북쪽하늘의 길잡이는 큰곰자리의 북두칠성이었다. 카시오페이아자리였다. 봄철 길잡이는 목동자리로 아크투르스, 처녀자리의 스피카, 사자자리의 데네볼라. 여름철 길잡이는 백조자리 데네브, 거문고자리 베가, 독수리자리 알타이르였고 가을철 길잡이는 페가수스 사각형이었으며 겨울철 길잡이는 오리온자리였다.

3.

북두칠성은 하늘의 국자모양이었다. 큰곰자리의 꼬리 7개를 상징해 "W"라 했다. 북두, 북두성, 칠성이라고 했다.


니 아나

뭐요?

저 별들로 일, 월, 화, 수, 목, 금, 토요일을 만들었다는 거.

몰랐어요.

칠성각 있는 절 있지?

....예.

토속신앙으로 칠성신앙이라 칸다. 옛 조상들이 뒤뜰이나 장독대에 정화수를 떠다 놓고 하늘을 향해 기도를 할 때 저 북두칠성을 보고 두 손을 비는 거야.

4.

나그네에게 먹고 자고 싸는 문제는 큰 문제였다. 잘못하면 건강을 잃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아름다운 건 사계절의 기쁨이지만, 몸과 마음은 살아있을 때까지 내가 지니고 가야 한다는 거였다.

그랬다. 가끔 밤하늘도 올려다보기도 했다. 그렇게 밤하늘을 올려다보았을 때, 어제는 아무런 별빛도 찾아볼 수 없었다. 평소에는 반짝반짝 빛나던 별들이 어디로 갔을까. 별이 보고 싶었는데. 하늘에 별은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날이 흐렸다. 파리한 초승달만 언뜻 비치더니 그마저 보이지 않았다. 바람으로 보아 오늘, 날은 그리 추울 거 같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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