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철, 초목이야기】십자가

십자가 모양으로 꽃이 피는 산딸나무

홍은기 온투게더 대표 승인 2023.11.22 09:00 의견 0
산딸나무 Cornus kousa F. Buerger ex Miq. 층층나무과 층층나무속 낙엽 활엽 교목


열매가 빨갛게 익은 산딸나무를 보고 '십자가 나무'라고 했더니 반론이 만만치 않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속설일 뿐이다. "십자가 모양으로 꽃이 피고 꽃 중앙에는 가시 왕관이 있어 모두가 보고 나를 기억하리라." 이렇게 누군가가 쓴 시에서 비롯됐다고 보고 있다. 그렇기에 산딸나무를 '십자가 나무라고도 하더라'라고 썼어야 했던 거다.

"나는 샤론의 장미요, 골짜기의 백합화로다." 무궁화를 '샤론의 장미'라고 부르는 것도 이와 같다. 무궁화 학명이 히비스쿠스 시리아쿠스 Hibiscus syriacus로 시리아에서 발견한 아욱을 뜻한다. 15세기경 십자군이 시리아에서 이 꽃을 가져오면서 '샤론의 장미'가 됐다. 샤론이 지금 한창 전쟁에 휩싸인 팔레스타인이고 시리아 인접일 뿐이었던 거다.

이 모두 모세가 산에서 40일 보내는 사이에 금송아지를 만든 사건과도 무관치 않다. 사람들은 눈에 보이는 것만 믿으려 드니 그렇다. 그렇지만 눈에 보이지 않더라도 그걸 믿어야 할 때가 많다. 보지 않고도 믿는 자에게 복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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